프로게임리그 중단 위기

 KIGL·PKO 등 이른바 프로게임 양대 리그가 게임단의 비협조로 중도 하차의 위기에 처해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배틀탑(대표 이강민)은 현재 스타크래프트 여성부와 피파 등 2개 종목으로 운영 중인 한국인터넷게임리그(KIGL)의 게임단 참가 저조로 하반기 시즌 오픈이 어렵다고 보고 종목 변경 등을 통한 리그 개최방안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PKO(대표 임영주)도 게임단들의 외면으로 남성부 리그의 파행 운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게임단 중심의 PKO리그를 완전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게임단의 참여 저조가 원인=배틀탑이 운영하는 KIGL 상반기 리그는 스타크래프트여성부와 피파 등 2개 종목으로 운영돼 왔다. 이에따라 스타크래프트 여성부에는 6개팀, 피파에는 4개팀이 리그에 참가해 왔다. 그러나 하반기 시즌 오픈을 앞두고 주최측이 참가 여부를 확인했으나 단 1개의 게임단도 이를 통보하지 않았다. PKO의 사정도 비슷하다. 상반기 8개팀으로 스타크래프트 남성부 리그를 벌여왔지만 지난주말까지 PKO리그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알려온 게임단은 단 3개팀 뿐이었다. 이대로 가면 리그를 벌이기 위한 정족수 미달로 양대 리그가 중도하차할 수밖에 없다.

 ◇게임단 왜 이러나=게임단들은 KIGL과 PKO리그가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현재 양대 리그의 주 종목인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바닥으로 떨어져 있는데다가 양 리그가 모두 일부 케이블TV를 통해서만 중계되는 등 마케팅 효과가 의심스럽다는 입장이다.

 게임단의 한 관계자는 “이미 식상한 스타크래프트를 종목으로 게임 대회를 치루는 것은 문제가 있을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낮은 방송을 통해 대회가 중계됨으로써 양대 리그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전체 게임단의 입장은 아니지만 이런 상태로 리그를 지속하는 것보다 중도에 그만두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팽배해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업계의 주도권 다툼이 사태 악화=배틀탑이나 PKO 등 리그 주관사들이 게임단의 요구와 시장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게임단들의 주장은 일견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게임단과 리그 주관사간의 주도권 싸움이 좀더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예컨대 게임단들이 리그를 발족하고 주관사를 선정하는 등 리그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리 양대 리그는 배틀탑과 PKO라는 주관사를 중심으로 발족됐다.

 따라서 리그 주관사와 게임단간의 갈등은 항상 존재해 왔다. 특히 올초 대기업 소속의 게임단들이 중심이 돼 구성된 협의회는 별도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게임단들이 시어머니같은 양 리그의 주관사를 배제하거나 별도의 리그를 새로 발족하기 위한 포석으로 하반기 리그의 불참을 결정한 게 아니냐며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게임단과 리그 주관사간의 골 깊은 갈등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는 쉽게 마무리될 것 같지 않다. 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일부 게임단들의 입장이 확고한데다 양 리그사들도 리그 운영권을 게임단들에 통째로 넘겨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결국 게임단의 일부가 별도의 리그를 발족시켜 2년여간 한국의 대표적인 프로 게임 리그로 발전해온 KIGL과 PKO리그가 중단되는 수순을 밟을 확률이 높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e스포츠 업계 뿐만 아니라 게임 개발·배급사, 방송국, 관련 협회 등이 공동으로 참여해 양대 리그를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 리그로 확대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름뿐인 양대 리그를 하나로 통합하는 한편 종목 선정, 운영 시스템 등에 있어 획기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현재까지 상황을 주도하고 있는 게임단협의회는 양대 리그의 공중 분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 만큼은 피해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